영국의 차(Tea) 문화에 관한 8가지 이야기
중국 속담에 “아침에 차를 마시면 온종일 위풍당당하고, 정오에 차를 마시면 일하는 것이 즐겁고, 저녁에 차를 마시면 정신이 들고 피로가 가신다(早茶一盅, 一天威風; 午茶一盅, 勞動輕鬆; 晩茶一盅, 提神去痛)”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도는 중국에서 기원한 문화이지만, 영국 사람들은 차를 받아들여 영국 고유의 차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플로럴 장식으로 가득한 영국식 찻잔에 우윳빛이 도는 진한 차를 따라 디저트와 함께 먹는 것,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차를 만드는 데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지만(티백에 따뜻한 물만 부으면 끝이죠), 영국의 차 애호가들은 아주 까다로운 방법으로 차를 마신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국 사람들의 차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EF의 영국인 직원이자 차(tea) 애호가인 _엠마(Emma)_와 _사이먼(Simon)_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영국의 차(tea) 문화에 관한 8가지 이야기, 지금부터 하나씩 들어볼까요?
1. 영국인들만의 차를 우려내는 방법이 있나요?
사이먼: 물론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인 후, 티백이 든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이죠. 하지만 물을 부은 후에 바로 마시면 안 돼요.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티백이 든 찻주전자에 물을 부은 후, 뜨거운 물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몇 분간 기다리면 물과 티백이 만나 저절로 차 본연의 맛을 이끌어 낼 것입니다. 차가 다 우러났으면 그 후에 차를 컵에 따라 마시면 됩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물론, 티백에 얼마나 많은 양의 찻잎이 들어 있는지, 혹은 차의 향기가 강한 것을 좋아하는지, 약한 것을 좋아하는지 등 개인의 취향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우려낸 차가 제일 좋아요!)
2. 차와 우유 중에 뭘 먼저 넣어야 하나요?
엠마: 영국에서는 차를 마실 때 우유를 꼭 넣는데요, 먼저 차의 향이 충분히 우러나왔는지 확인하고 우유를 부어야 합니다. 우유의 양은 개인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되지만, 아주 쓴 차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전체의 20% 이상을 우유로 채우면 돼요.
사이먼: 차를 우리고 나서 우유를 넣다니? 말도 안 돼요! 차를 넣기 전에 우유를 먼저 넣어야죠. 사실, 차를 먼저 타고 우유를 부을지, 우유를 먼저 붓고 차를 따를지에 대한 이야기는 영국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예요. 평소에 전혀 화낼 것 같지 않은 침착한 영국 사람도 “차를 먼저 우려낼까, 우유를 먼저 넣을까?” 와 같은 주제의 대화가 시작되면 시끄러운 대화가 오갈 정도니까요.
3. 차를 마시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언제인가요?
엠마: 차를 마시기 좋은 시간이요? 그거야 ‘언제나’죠! 자, 보세요. 잠에서 덜 깬 아침, 차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져요. 애인과 헤어지고 슬픔에 빠진 날에도 차는 언제나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찬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직장인이라면? 사무실에 도착한 바로 그 시간이 차를 마실 시간이에요. 사무실에서 누군가 차를 끓이고 있다면? 별로 차를 마시고 싶지는 않아도 차를 끓이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차를 마셔야 합니다. 차 대신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커피 같은 무서운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지도록 향긋한 차를 다시 한번 우려보세요. 아직 차를 충분히 마시지 않아서 커피 생각이 드는 걸 거예요.
4. 차와 함께 먹으면 좋은 디저트는 뭔가요?
엠마 : 비스킷은 영국에서 차에 찍어 먹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다이제스티브 과자(특히 과자 위에 초콜릿이 발라져 있는 종류)는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신선하게 우려진 차에 찍어 한 입 베어 먹으면 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비스킷이나 다이제스티브를 차에 너무 오래 넣어두지는 마세요. 3초가 넘으면 과자 부스러기가 차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불상사가 발생할 테니까요. 그러면 자기가 먹을 비스킷도 없어질 뿐더러 차를 함께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어요. 케이크 한 조각 정도도 차와 마시기 좋은 디저트이지만, 진짜 영국 사람처럼 차를 마시고 싶다면 뭐니뭐니해도 스콘을 빼놓을 수 없죠! 스콘에 크림과 과일잼을 잔뜩 발라 차와 함께 마시면 그것보다 더 영국인다운 것이 없죠.
*Tip: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과 함께 먹는 영국식 차를 ‘크림 티(cream tea)’라고 불러요. 영국에 가면 꼭 크림티를 파는 티룸에 들러보세요!
5. 티백, 찻잎? 뭐가 더 좋은 거예요?
사이먼: 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찻잎을 직접 우린 차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간단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를 만들기 쉬운 티백을 애용해요. 하지만 이런저런 향만 잔뜩 첨가된 값싼 티백은 웬만하면 피하세요.
6. 영국식 티파티를 하고 싶어요.
사이먼 :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집에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찻잔, 우유를 데울 냄비, 티스푼, 찻주전자를 내놓고 달콤한 비스킷과 케이크를 테이블 위에 예쁘게 놓으세요. 정말 멋있는 티파티를 하고 싶다면 엠마가 말한 것 처럼 크림과 잼을 바른 스콘을 절대 빠뜨리지 마시구요. 스콘이 없으면 영국식 티파티라고 할 수 없어요!
7. 차를 마실 때 알아둬야할 매너가 있나요?
엠마 :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자기가 마실 차만 만들면 안 돼요. 주변 사람 모두에게 차를 권하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개인 취향을 고려해서 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그 사람 취향에 맞지 않게 만든다면, 차를 받은 사람은 맛있어서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예의상 마시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금기 사항은 설탕을 넣은 차를 젓던 티스푼을 설탕을 타지 않은 찻잔을 휘젓는 데 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8. 영국인들은 하루에 차를 얼마나 마시는지 궁금해요.
엠마: 제가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9살이었어요. 어린 시절 처음 마셨을 땐 너무 맛이 없어서 마시자마자 뱉어버렸어요. 어른들이 왜 차를 마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차를 주신 부모님이 제가 너무 어릴 때부터 차의 카페인 성분에 중독이 될까봐 일부러 차갑게 식은 차에 우유를 많이 넣어서 주셨던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지금은 하루에 8잔 이상 차를 마시고 있어요! (부모님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어요 ㅎㅎ)
사이먼 : 저는 언제부터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지 기억조차 안 나요. 저 역시 전형적인 영국인처럼 매일매일 차를 마시죠. 영국에서는 하루에 8잔 정도의 차를 마셨는데, 일 때문에 다른 나라로 오면서 차를 마시는 양이 확실히 줄었어요. 저의 영국인다움이 사라져가고 있는 걸까요?!